<터미널>
어린 시절에는 주말이 되면 주말의 명화 시간을 기다렸다. 각 채널마다 서로 다른 영화 한 편씩을 방송해주었고, 그 중에서 재밌어 보이는 것을 골라서 보기도 했었다. 이 영화도 그렇게 보게된 영화 중 하나인데, 공항에서 지내게 되는게 인상적이어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10년 전에 본 영화라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내용도 되새기면서 추억도 되새기기 위해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미국에 온 한 남자가 자신이 미국으로 오는 동안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국적을 상실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으로 나갈 수도 없게 되면서 공항에서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9개월동안 지내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박애를 상징으로 하는 미국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터미널이기에 좋은 대접을 받을 줄 알았지만, 대화도 통하지 않는 그에게 오는 것은 무시와 무관심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공항에서 지냈고 그 덕분에 공항에서 청소부로 일하거나 음식 운동자로 일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거나 직장을 얻고 사랑을 찾기도 한다. 차가움만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그의 모습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특히 그곳에서 사랑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미국에 오게된 이유를 밝히면서 비밀이 담긴 깡통을 여는 주인공의 모습은 따뜻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9개월이 지나는 동안 쿠데타로 인한 내전은 종료되고 미국에 갈 수 있게 되지만, 주인공의 요청에 악랄한 국장은 그의 친구들의 약점을 말하며, 만약 당신이 미국으로 가면 그들이 해고될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하는데, 그런 국장의 모습은 약한자를 괴롭히는 강한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역겨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협박에 주인공은 미국행을 포기하고 돌아가려 하지만, 그러한 협박을 알게 된 친구들 특히, 인도인으로 경찰을 찌르고 미국으로 도망쳐 온 청소부가 자신의 과거 전과를 공개하여 주인공이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장면은 자신을 죄고 있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미국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앞에 공항 경찰들이 막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주인공에게 외투를 벗어 입혀주면서 길을 비켜주는데,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당황해 하는 국장의 모습은 통쾌함이 느껴지게 하였다. 요즘에 하는 일이 잘 안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공허함이 느껴졌단 마음에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새 따뜻함으로 채워져있었다. 힘든 시절에 영화 한 편을 정말 잘 본 것 같다.